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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 한복과 한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소인 전통 문양.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디자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 문양들을 선조들은 왜 사용했던 것일까?
사전적 의미에서 문양이란 일반적으로 물건의 겉 부분에 여러 가지 형상이 어우러져 이룬 모양을 뜻한다. 우리말로 '무늬'라 하며 한자로는 '문양(文樣)' 혹은 '문양(紋樣)'이라고 표현한다. '문(文)'은 글자(書契, 사물을 표시하는 부호), 꾸밈(飾), 아름다움(美), 빛남(華), 아롱짐(斑), 빛깔(文彩) 등을 뜻한다. 한편 '문(紋)'은 직물의 문채(織文) 즉 '비단무늬', '꽃무늬' 등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미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점이나 선, 색채를 도형과 같이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양이라는 낱말에서 연상되는 도안(圖案)의 개념과는 다르다. 문양이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삶을 통해 발현되는 창조적 산물이며, 언어나 문자와 마찬가지로 사용 주체인 민족과 그 민족이 처한 역사적 배경에 따라 고유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문양은 단순히 장식적인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본연의 기원과 욕구를 담아내고 있다. 이와 같은 문양은 언어·문자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인류가 이루어 놓은 회화·조각·공예 등 모든 조형미술의 원천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그리고 우리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전통 문양들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숨어있을까? 문양의 실체는 그냥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아름다움 이전에 상징적 의미가 더욱 중요한 경우도 있다. 아주 단순한 무늬라도 그 속에 우주의 섭리가 깃들어 있을 수도 있고, 반면에 아무리 현란하고 아름답게 베풀어진 무늬라 할지라도 그저 장식무늬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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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이 사용한 전통 문양도 단순해보이지만 그 안에 많은 뜻을 담고 있는데 이것을 '길상'이라고 부른다.
길상은 한국인의 일종의 민속 신앙이었다. 실제로 더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목적으로서 종교적 의미와 개인의 바람을 디자인적 요소에 넣는 경우가 많았다. 십자가나 다른 여러 종교적 문양을 넣은 부적이나 액세서리 등을 하고 다니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것이다.
길상의 사전적 의미는 '운수가 좋을 조짐', '좋을 일이 있을 징조' 이다. 한국의 길상은 도교와 유교, 불교 원시적인 무속 신앙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만들어졌는데 이러한 사상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의식 속에서 형성 되어 자리 잡으며 우리만의 전통 문화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전통 문양은 식물문, 동물문, 기하문, 자연산수문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먼저 잉어로 대표되는 물고기는 출세, 성공을 의미했다. 등용문(P)이라는 말도 물고기가 황하를 올라 용으로 승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호랑이는 액운을 물리치는 동물로, 두루미와 거북은 장수, 원앙은 부부금슬, 나비는 기쁨을 상징했다.
옛 선조들은 실제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을 활용하기도 했다. 특히 동양 미술에서 많이 쓰인 동물은 봉황과 용이다. 용은 온갖 동물의 수장으로 권위와 입신, 복과 풍요를 다양하게 상징했다. 조선에서는 용 무늬를 왕실에서만 사용하고 민간에서는 감히 사용 할 수 없었다.
도깨비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한 소재였다. 도깨비를 귀면이라고도 부르는데, 우리나라 도깨비는 귀신과 여러 나쁜 기운을 내쫓는다고 믿었기에 마을에는 도깨비를 표현한 장승을 세웠고, 건물의 기와나 문고리의 쇠 등에도 귀면 무늬를 새겨 넣었다.
식물문인 모란은 꽃중의 왕으로 불리며 부귀를 상징하는 꽃이었고, 국화와 난초, 대나무나 매화 등은 선비의 기개와 덕을 상징하여 유교에서 특히 좋아하는 소재였다. 또한 연꽃은 불교에서 좋아했던 소재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도 뿌리를 내리면서 더러워지지 않아 속세에 물들지 않은 깨끗함과 다산, 생명을 상징했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디자인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안에 선조들이 숨겨둔 가치있는 뜻과 의미가 많다. 최근 광화문 등 관광지를 중심으로 너무나도 많이 변형된 대여 한복의 디자인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치마에 철사 후프를 과도하게 넣어 부풀린 형태, 치마의 '말기(가슴 부분의 띠)' 부분까지 금박 무늬를 넣은 형태, 전통 혼례복에서나 볼법한 허리 뒤로 묶는 옷고름 등의 변형 등이 있는 퓨전 한복은 전통 한복의 고유성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이에 누리꾼들도 "광화문 지날 때마다 형형색색 한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퓨전한복도 시대 흐름에 따른 새로운 한복의 일종이다", "아무리 개량해도 외국인들이 '한푸(중국 전통 의상)'와 구분 못하면 어쩌냐"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전통을 고집하느라 발전하지 못하는 것도, 전통을 무시하고 현대의 가치만을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지금의 필요에 맞게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전통 계승이 아닐까. 문양으로 대표되는 '길상'의 의미를 보존하는 것이 선조들이 남긴 유산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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