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전통돌금박 가업을 이어 트랜디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다

돌금박 2024. 10. 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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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전통돌금박과 한복 제작일을 해온 집안 어르신의 가업을 승계했다.

부모님의 건강상의 이유였다. 평소 전통에 관심이 많았지만 업으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현재 전통돌금박을 다루는 장인수준의 기술자는 아마 열 손가락도 안될 것이다. 모두가 장년층이다.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다면, 누구도 가업을 잇지 않는다면 우리의 전통돌금박은 아마 두세대가 지나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내 브랜드를 출시했고 감사하게도 여러 지원사업과 매체에서 관심을 가져주셨다. 한 언론사와의 첫 인터뷰 전문을 기록차 올려둔다.

 

전통 돌금박 기술을 현대적인 패션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브랜드 글리프(GLEAF)가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2024 강한소상공인 파이널 오디션에서 최종 진출했다. 이번 오디션에는 총 9,137개사가 지원했으며, 글리프는 40 1의 경쟁률을 뚫고 돌금박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들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브랜드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평생 한복 제조와 전통 돌금박 기술을 이어온 부모님의 가업을 승계하여 글리프를 창업한 엄의정입니다. 전통 문화에 대한 애착과 패션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전통 돌금박을 현대적인 디자인에 녹여내 세계가 한국의 전통디자인의 매력을 접할 수 있게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Q. 가업을 승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고궁이나 역사관을 좋아하는 등 전통의 미를 사랑해왔습니다. 몇 년 전 아버님께서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두시게 되었는데, 국내에 돌금박을 이어가는 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을 보고, 이 기술이 사라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의논한 끝에 가업을 승계하기로 결심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돌금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Q. 남편의 반응은 어땠나요?

남편은 마케팅 회사를 오래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가업 승계 이야기를 했을 때 그는 바로 "우리가 해야지 누가 하겠냐"고 말하며 매우 호의적이었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국 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일에 큰 열정을 가지고 있어서 함께 브랜드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사업 경험이 많은 남편이 운영을 담당하고, 저는 디자인쪽에 집중을 많이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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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통 돌금박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인가요?

전통 돌금박은 목판을 조각해 만든 도장 위에 민어 부레풀이나 아교 같은 접착제를 바른 후, 접착풀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판을 뒤집어 금박으로 문양을 입히는 우리의 전통 한복에 주로 쓰이던 기술입니다. 이 작업은 몇 일 동안 건조 후 마무리 작업을 거쳐야 완성되며, 주로 과거 고귀한 것들을 제작할 때 사용되었습니다.

 

Q. 글리프는 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나요?

, 접착제만 현대의 세탁 방식을 고려해 보완하였고, 금박을 입히는 공정은 전통 방식을 그대로고수하고 있습니다. 글리프는 한국의 전통 돌금박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며, 이 기술을 지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전통 방식의 금박은 실크스크린이나 전사 방식으로는 재현하기 어려운 발색과 질감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현대 소비자들에게 맞는 트랜디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글리프가 전통을 지키면서도 강조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단순히 기술을 전수받아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의미까지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전통 문양을 단순한 미적 장식이 아닌, 누군가의 건강과 행복,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하나의 언어로  사용했습니다. 이를길상(吉祥)’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최근 전통문양이나 전통요소를 적절하지 않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지난 2022 대통령 취임식 죽은 사람에 쓰는 '사동심결' 매듭을 엠블럼으로 사용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고, 남자아이 돌잔치 선물로 순산,다산을 의미하는 '석류문' 들어간 장신구를 선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귀면, 도깨비라고 말하는 전통기와도 사실 용의 얼굴입니다. 저희는 멋(디자인) 집중하느라 의미를 놓치지 않도록 이러한 전통적 의미까지 제품에 담아 소비자에게 전통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려고 합니다.

 

 

Q. 크라우드 펀딩 결과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 금박 커스텀 제품을 처음 선보이며 소비자들이 전통의 의미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확인해보고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목표 대비 1,394%의 성과를 거뒀고, 여성을 위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성 소비자들이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로 구매하셨는데 남겨주신 주문자의 사연과 선택한 문양의 의미가 모두 일치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희 브랜드의 방향성과 맞춤 제작에 대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Q. 펀딩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맞춤 제작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사몰과 SNS를 통한 문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문양 조합에 대한 문의와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음 라인업을 기획 중입니다. 최근에는 소비자와의 소통ㅇ 활발해지면서 마치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라는 점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Q. 메인 제품군을 가방으로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가업을 이어 운영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한복도 만듭니다. 하지만 글리프는 생활밀착형 아이템들에 전통을 입히는 형태로 브랜드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특별한 날에만 큰맘먹고 입는 전통이 아니라, 매일 쓰는 물건에 무심한 스며들어있는 전통의 멋스러움을 추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글리프(GLEAF)는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의 전통 디자인과 전통 문양으로 '길상' 행복으로 일상을 채워주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희 브랜드 슬로건도 "we will be your symbol of good luck." 입니다.

 

Q. 올바른 전통 계승에 대한 글리프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전통을 고집하느라 발전하지 못하는 것도, 전통을 무시하고 현대의 가치만을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전통을 무조건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의 의미를 최대한 간직하면서 현대적 감각을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지금의 필요에 맞게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전통 계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전통의 형태, 색상, 문양이 가진 선조들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담아냈는가하는 것입니다.

제작방식, 디자인, 문양 등에 담긴 선조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재해석하는 것이 글리프(GLEAF) 생각하는 올바른 전통의 계승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글리프는 가업 승계를 통해 전통 돌금박 기술을 보존하고, 더 나아가 전통 의복 시장이 축소되면서 힘들어하시는 기술자분들에게 안정적인 일감을 제공해 산업이 유지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모든 제품을 국내생산으로 고집하고, 매출의 일부를 종로의 전통 의복 기술자분들께후원하는 이유도 모두 전통 산업이 더 오래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때문입니다. 국내 전통 의복 시장은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지만, 글리프는 글로벌을 목표로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기사 전문 : 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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