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과 한푸는 다르다. 누가봐도 다르다. 어느쪽 문화가 더 우수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한복과 한푸는 완벽하게 다른 문화에서 파생된 의복이라는 점이다.
이런 당연한 상식같은 이야기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중국이다. 이들은 한복은 한푸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한복 그 자체가 자신들의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복과 한푸는 겉모습부터 구조, 발전해 온 역사적 뿌리까지 모두 다르다.
최근 중국의 한복 예속화 시도를 보면 과거의 동북공정과 매우 닮아있다. 동북공정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약어이다. 이는 변경인 동북 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지역에 대한 연구와 재해석을 통해 체제 영향력을 강화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었으며, 1980년대 리뎬푸(李殿福), 쑨위량(孫玉良) 등의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어 최근까지 진행된 역사왜곡 프로젝트(공정; 工程)이다.
우리가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블로그와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굳이 병행하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매출을 더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중국의 문화공정이 드라마, 영화, 소설, 게임, 스포츠 및 각종 대회, 언론, 포털 사이트, SNS 등 사람들이 접하기 쉽고 영향 받기 쉬운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역사에 대해 바로 알고 있는 중장년 층이 아닌, 역사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거짓 정보를 구분할 수 없는 젊은 세대들이 타겟인 것이다.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서도 중국의 문화공정 시도를 찾아볼 수 있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에 등장한 것인데, 세계인들에게 한복을 중국의 문화로 인식하게 만들려는 시도이다. 이 것을 확언할 수 있는 것은 당시 개회식장에서 영상을 통해 각종 한국 전통문화들을 중국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 즉 중국 문화로 소개했기 때문이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은 본격적으로 한복의 문화 예속화를 시작했다. 중국의 사극 드라마에 한복을 등장시킴으로써 대중들로 하여금 우리의 한복이 중국의 전통의복이라고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디즈니+까지 진출하여 문화공정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는데,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 조차 알지 못한다. 이유는 문제의 <진수기>같은 드라마를 한국만 쏙 빼고 전 세계 디즈니+에 방영하게 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화공정의 의도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 밖에도 중국의 예능에서 한국의 문화를 자신들의 문화라 소개하는 장면들은 너무 많아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말 괘씸한 부분은 이렇게 한국의 문화를 중국의 것처럼 소개할 때마다 K-POP출신 중국계 아이돌들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며 많은 인기를 얻으며 한국 문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이미지를 앞세우는 것이다. 중국의 대중들은 이러한 장치들을 100% 신뢰해버린다.
2021년 중국의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인 <저취시가무 4>에서 한경, 헨리, 왕이보, 레이가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심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3명의 중국인 무용수들로 구성된 팀이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한국 전통 판소리인 <흥보가>를 배경으로 춤을 췄는데, 이들은 공연을 끝낸 후 자신들의 춤을 '조선족 전통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사위원이었던 4명의 K-POP출신 심사위원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언급을 끝내 하지 않았다. 특히 전 슈퍼주니어 멤버였던 한경은 "제일 어려운 민족무용을 고를 줄 몰랐다"고 말하며 해당 무대를 중국의 전통문화로 해석해 한국의 팬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이처럼 중국의 한복 예속화가 심해지는 것 만큼 위험한 것이 또 한가지 있다. 바로 우리 국민들조차 우리의 한복이 어떤 것인지 잊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한 조사기관에서 2,30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한복과 한푸를 나란히 놓고 어떤 것이 한복인지 맞추는 아주 단순한 설문이었지만, 결과는 40% 이상이 한푸를 한복이라고 답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걸까?
최근 광화문·경복궁 일대를 돌다 보면 한복을 입은 젊은 층이나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한 '퓨전한복'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면서 결국 국가유산청까지 나섰다. 국가유산청은 "젊은 층이나 관광객이 주로 착용하는 한복은 실제 한복 구조와 맞지 않거나 심지어 국적 불명인 경우가 많다"며 "국가유산청이 앞장서서 우리 고유의 한복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고 개선할 때"라고 개선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젊은 층 및 관광객이 착용하는 한복은 속치마에 철사 후프를 과도하게 넣어 부풀리거나 드레스처럼 금박과 레이스를 단 형태가 많다. 고름대신 리본이 달리고, 왕이 입은 곤룡포에 갓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에 전통한복 옷차림의 고유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문제는 이렇게 변화를 넘어 변형되어 버린 정체불명의 한복이 '한푸를 많이 닮아있다는 점'이다. 광화문을 방문해 대여 한복을 이용하는 고객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우리나라의 전통에 대한 사전지식이 많지 않은 외국인이 처음 접하는 한복이 정체불명의 변형된 한복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을 찾아 전통과는 거리가 먼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찍은 사진 속 '한푸를 닮은 정체불명의 한복'은 그들의 SNS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10대,20대 한국인들 조차 "한복이 원래 저렇게 생긴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국가무형문화재이기도 한 한복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고 개선할 시점"이라며 국가유산청이 나선것이 아닐까.
논란과 주장이란 참 무섭다. 먼저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하지만 그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반박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전통은 우리가 알아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대여 한복이 좋지 않다. 퓨전 한복은 다 나쁘다 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가 우리의 전통이고, 어디서부터가 전통을 오마쥬 한 것인지 콘텐츠를 제공하는 제공자부터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중은 보이는 것을 습득하고, 제공하는 것들을 소비한다. 그것이 제품이던 콘텐츠던 올바른 것을 제작하고 제공하는 것이 전통을 다루는 사업자들이 갖춰야 할 기본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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